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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와 암의 연관성, 어디까지 밝혀냈을까?

by lovelly 2025. 5. 11.

개요

박테리아는 오랜 시간 단순한 감염의 원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부 박테리아는 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반대로 특정 박테리아는 암 예방이나 치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박테리아와 암의 연관성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그 과학적 근거와 의료적 함의를 살펴본다.

 

박테리아와 암의 연관성, 어디까지 밝혀냈을까?
박테리아와 암의 연관성

 

 

박테리아와 암, 이제는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박테리아가 단순히 감염과 염증을 유발하는 미생물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생명과학의 발전은 이러한 단편적인 시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특히 암 연구 분야에서는 박테리아와 종양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중요한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나 발암물질에 의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여겨져 왔지만, 최근 연구는 미생물군(Microbiome) 이 암의 발생, 진행, 면역 반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와 위암 간의 연관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를 1급 발암인자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 박테리아는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을 유발해 위암의 위험을 높인다. 이외에도 대장암, 췌장암, 간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특정 박테리아의 존재가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박테리아가 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박테리아는 항암 면역 반응을 유도하거나 종양 성장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현대 암 연구는 “어떤 박테리아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암과 상호작용하는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암을 유도하기도, 억제하기도 하는 박테리아의 양면성

박테리아와 암의 관계를 다루는 연구는 두 가지 큰 방향으로 나뉜다. 첫째는 암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박테리아, 둘째는 치료 가능성을 지닌 박테리아다.

1. 암과 관련된 병원성 박테리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위염, 위궤양, 위암과 강한 관련이 있다.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염증 유도 물질을 분비해 세포 돌연변이를 유도한다. 퓨소박테리움 누클레아툼(Fusobacterium nucleatum): 대장암 조직에서 자주 발견되며, 종양 미세환경을 변화시키고 면역 회피를 돕는다.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Bacteroides fragilis): 독소를 분비해 장내 염증을 유도하고 DNA 손상을 증가시켜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2. 항암 효과가 기대되는 박테리아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자연 살해세포(NK cell)를 활성화시키고, 대장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유전자 조작 살모넬라(Salmonella): 종양 조직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된 변형 살모넬라 균은 실험동물에서 강한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다.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저산소 환경인 종양 내부에서 활발히 증식하며, 약물을 직접 전달하거나 면역 반응 유도 물질을 분비할 수 있다. 이처럼 박테리아는 암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지만, 암과 싸우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연구자들은 박테리아의 종류, 위치, 유전적 특징, 대사 산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암과의 관련성을 분류하려 하고 있다.

 

정적인 존재가 아닌, 의학을 바꾸는 변수로서의 박테리아

박테리아와 암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이제 단순한 의학적 호기심을 넘어, 실제 치료 전략의 패러다임을 전환 시키고 있다. 일부 박테리아는 질병 유발자로 작용하지만, 또 다른 박테리아는 면역 활성자, 약물 전달자, 종양 파괴자 로 기능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박테리아의 유해성과 유익성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이를 어떻게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느냐 에 달려 있다.

앞으로는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 프로파일링 을 통해 특정 박테리아 조성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지, 또는 치료 반응성을 향상시키는지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과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정밀 의료를 가능케 한다. 이제 우리는 박테리아를 단순한 병원균이나 감염원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암을 촉진하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하며, 위험 요소이자 치료 도구라는 다면적 존재 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박테리아는 암 연구의 마지막 퍼즐 중 하나이자, 미래 의료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